작곡의 길(The Way To Composing)

    서문

    요즘 악보를 사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어디든 쉽게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는 기쁨에 눈을 떴다는 점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아름다워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걱정스러운 점이 있으니, 이 세계의 노래가 어디서 들어본 듯한 노래나, 다른 세계의 노래로 채워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작곡가 지망생들이 음악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노래를 만들고 있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에 내가 걸은 음악의 길에서 오랜 시간 동안 머물러 있어야 했던 장애물을 뛰어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들었고, 나름대로 책을 써내게 되었다.

    이 책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좋은 스승의 도움을 받지 못해 결국 전해지는 곡의 채록에 머무르고 있는 수많은 작곡가 지망생들이 자기 내면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적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작곡의 기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기법은 무수히 많고, 또한 오늘도 많은 음유시인들이 자신만의 작곡과 연주기법을 계발하면서 저자도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곡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작곡기법에 대한 내용을 취급하기 시작하면 각각의 기법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칠 뿐만 아니라, 취급해야 하는 분량도 만만치 않아 이 책의 내용을 꾸미기도 벅차다.

    이 책은 작곡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수련을 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적은 내용일지언정, 읽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그 방향을 잡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다른 곡의 채록은 연습일 뿐이다.

    사람들로부터 전해지는 멜로디를 악보로 옮기고, 연주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은 작곡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곡을 받아 적는 데에만 만족해서는 음악가로서의 진보는 요원한 일이다. 정말로 음악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먼저 전해지는 노래의 채록에만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를 악보로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노래를 악보를 통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진정한 음악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이 음악가임을, 자신의 음악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를 원하는 작곡가임을 자각하라. 다른 곡의 채록은 작곡을 하는 데 연습이 될 수는 있지만 진정한 음악가에게는 그것이 바로 작곡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음에 대한 감성을 길러라.

    음악은 이미 존재하는 음을 이용하고 그것들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조합해 사람을 정서적으로 감동시킬 수 있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수단이자 구성요소가 되는 음에 대해 나름대로의 감성과 분석력을 갖추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음이 서로 어울리는가, 어떤 악기로 어떤 음을 연주할 때 매력적인 소리가 나는가, 박자의 완급에 따라 악기의 음은 어떤 식으로 여운이 달라지는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어떤 악기와 어울리는가, 그 외에도 음악에 사용되는 많은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작곡에 악기를 연주하는 일이 굳이 필요하겠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표현의 수단은 음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음에 대한 감성을 기르는 일은 결코 쉽게 생각하거나 등한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음에 대한 감성을 기르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즉흥연주로 마음의 소리를 가다듬어라.

    음에 대한 감성에 익숙해지고 다룰 수 있는 악기가 늘어난다면 즉흥연주를 해 볼 것을 권한다. 즉흥연주는 말 그대로 자신의 마음 가는 대로 악기를 연주하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의 흐름에 따라 곡을 악보 없이 즉석에서 만들어내 연주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에 담겨 있는 멜로디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자신의 귀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즉흥연주를 통해 만들어진 음을 모두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그 때의 느낌은 이후의 작곡에 큰 밑거름이 된다.

    **분석적인 곡의 감상

    작곡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지만, 곡에 파묻혀서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없다. 음악을 들을 때 곡에 심취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부분이지만, 곡이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와 함께 그것을 위해 곡의 구성이나 연주법이나 셈여림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함께 분석하지 않는다면 정작 자신의 곡을 만들지 못한 채 어디선가 들은 듯한 노래밖에 만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곡을 만드는 사람의 음악감상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음악감상과는 분명 차이가 있어야 한다. 물론 차가운 이성의 영역에서 음악을 대하는 것은 음악의 온기와 열정을 앗아가는 일로 생각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걱정은 충분히 이유가 있다. 음악은 분명 이성과 공식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의 영역을 통과하지 않은 채 만들어내는 음악은 절대로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작곡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종류의 예술에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악기를 파악하라.

    음감을 갈고 닦기 위해 악기를 연주해야 좋은 곡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악기를 파악하는 것은 연주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것은 악기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으로, 어떤 악기가 서로 어울리고, 악기마다 어떻게 다른 소리를 내는가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

    모든 악기를 잘 다룰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악기가 어떤 연주에 적합한지,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구별해가며 음악을 듣는 것을 권한다. 자신이 다루지 않는 연주자의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악기의 특성을 온전히 파악해냈을 때,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악상은 비로소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수 있게 된다.

    맺으며

    오늘날의 작곡자에게는 어떤 점이 부족하고, 또한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작곡자 개개인은 어떤 방향으로 수련을 거듭할 것인가를 내 경험에 비추어 요약해보았다.

    이것은 먼저 음악의 길을 걸은 선배의 충고이자, 과거에 걸어왔던 길에 대한 후회이기도 하다. 단순히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곡의 채록자가 아니라, 진정 자신의 마음 속에 흐르는 멜로디를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음유시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 음유시인들이 이 책을 기억하고, 그 중 한 사람만이라도 이 책을 자신을 진정한 작곡자로 거듭날 이유를 알려준 첫 번째 책으로 꼽아준다면 나는 이 책을 쓴 사람으로서 이 이상의 보람이 없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