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투라의 영웅, 빛의 기사 루(Lugh, The Knight of Light ; The Hero of Mag Tuired)

    저자 서문

    우리 인간은 이 축복받은 에린에 살아가면서 이 세계의 주인으로서 빛나는 역사를 이루었다.
    물론 그 역사는 순탄한 것만은 아니어서, 때로는 큰 재앙으로, 때로는 무시무시한 마족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고 마족과 마주치는 일이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게 된 지금, 많은 젊은이들은 마족의 위협을 막연히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마족에 대항해 흘린 수많은 선조들의 피가 이 에린에서 우리 인간이 누리는 자유의 토대가 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모이투라의 전란에서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준 한 위대한 영도자의 업적을 기리고, 그가 우리에게 어떤 삶을 가져다주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쓰여졌다.

    이 책을 읽고 그 영도자의 이름을 기리는 이에게 위대한 전사이자 빛의 기사인 루의 가호가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루 라바다

    모이투라의 두 번째 전쟁에서 포워르에 맞서 대승리를 이끌어낸 빛의 기사 루.
    하지만 그의 출생에 대해 자세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이것은 그가 그 이전에는 에린의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이전의 전쟁인 모이투라의 첫 번째 전쟁에서 많은 기록이 불타버린 탓에 그에 대한 기록 역시 소실되었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지금까지 확인되는 그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모이투라의 첫 번째 전쟁 이후, 브레스 왕이 통치하는 에린에 나타나 뛰어난 무예와 용기로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는 것부터 시작되고 있다.
    이 기록은 그의 이름인 루 라바다가 온전히 적혀있는 첫 번째의 기록으로도 유명한데, 혹자는 그의 과거가 이렇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루는 하늘에서 인간의 구원을 위해 전쟁의 여신이 내린 존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브레스 왕의 학정 속에서 지방의 무관으로 공을 세우던 루는 아케트라브, 현왕 누아자의 복위 이후에 그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몇 차례의 마족과의 대결을 거치면서 투아하 데 다난을 통솔하는 총사령관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모이투라의 두 번째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포워르의 마왕 발로르를 쓰러뜨리고 길고 긴 인간과 마족 사이의 전란에 종지부를 찍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가 총사령관이 된 이후 두 번째의 모이투라의 전쟁에서 완승을 거두게 된 요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1. 미리 전쟁을 대비했다.
      그는 모이투라의 첫 번째 전쟁 역시 마족의 사주로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왕위에서 쫓겨난 브레스가 조만간 마족의 선봉에 서서 인간을 공격해올 것이라고 예상해 종전 후의 복구사업 중에도 군의 조련에 힘을 기울였다.
      이러한 그의 지휘는 왕실을 보좌하는 중신들로부터 반감을 사기도 했는데,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포워르의 전면적인 침략으로 두 번째의 모이투라 전쟁이 벌어진 것을 감안한다면 그의 상황에 대한 통찰력과 대비가 예사롭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2. 개전 이후에는 흔들림 없이 대처했다.
      두 번째의 전쟁이 시작되었을 당시, 많은 중신들은 포워르에게 공물과 제물을 바쳐 화친을 맺을 것을 주장했고, 현왕 누아자 역시 이들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루는 포워르의 침략이 공물이나 제물을 요구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모이투라의 첫 번째 전쟁과 브레스의 통치로 약해진 인간의 세력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조직적으로 일으킨 책동이라는 점을 꿰뚫어보았고, 후에 이 전쟁의 이면에 타락한 현자, 자브키엘의 사주가 있었다는 것으로 그의 혜안은 다시 한 번 더 증명되었다.
    3.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전술과 통솔력
      당시 포워르의 병력과 인간의 병력은 루의 훈련과 대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전력의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과 포워르가 일대일로 상대한다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었음에도 그 수조차 지나치게 차이나는 상황에서는 싸움을 이기기는 커녕 지속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루는 이런 압도적인 전력차이를 지형과 시간을 이용한 전술로 극복해내고 급기야는 포워르를 패퇴시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4. 이종족의 협력을 끌어내다.
      당시 포워르의 전력은 사상 유례 없이 막강한 전력으로, 다자나 누아자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손실을 입힌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타락한 현자인 자브키엘이 이웨카의 월석으로 에린의 각 지역을 공격해올 만큼 상황은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그러나, 루는 정령과 요정, 그리고 이전의 대전에서 투아하 데 다난에 맞서 싸웠던 피르 보르 족을 설득해 포워르와의 전쟁에서 투아하 데 다난에 협력하도록 만들어냈다.
      그가 입고 있던 빛나는 갑옷이나 그의 무기인 브류나크 등은 모두 정령의 축복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그들의 협력이 없었더라면 루의 대비와 지휘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승리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후 모이투라의 영웅, 빛의 기사 루는 전사한 누아자의 뒤를 이어 투아하 데 다난 인이 주축이 되어 이어져 오던 에일리흐 왕국의 왕위에 올라 선정을 펼친다.

    이후 전후의 폐허를 극복한 그의 왕으로서의 업적도 뛰어난 것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난세를 헤쳐나온 지도자로서의 그의 면모와 빛나는 갑옷을 입고 있었던 빛의 기사로서의 그의 면모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맺으며

    루는 왕위에 올라 선정을 펼친 뒤 그의 후임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는 우리의 마음 속에 언제나 영웅으로서, 빛의 기사로서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투아하 데 다난이 위기에 처헀을 때 구원자로서 다시 돌아올 그의 모습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