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린의 수 많은 밀레시안 모험가들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수많은 곳을 돌아다닌 연륜이 있는 여행자라는 자부심도 있다.
수 많은 환생과 수련을 거듭하여 사막의 망령과 싸우고 야생동물의 천국에서 코끼리와 생사결전을 벌이기도했다.
물론 싸움 뿐 아니라 온천에서 원숭이와 선물을 주고받거나 밀림의 하마, 이리아 대륙의 타조,야생마의 친구가 되는등 기분 좋고 즐거운 기억도 많다.
그렇게 정신없이 에린의 드넓고 아름다운 세상을 여행하면서 때로는 길가에서 잠이 들기도 하고 누군가와 싸움을 한 적도 있으며 잠깐의 대화로 서로의 성격에 매력을 느껴 깊은 인연을 맺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렇듯 사람이란 존재는 만족을 모르고 세상 모든 곳을 다닐듯이 개발이 이어졌고 곧이어 미지의 세계였던 에린은 대부분이 밝혀져버렸고 인간의 발이 닿지않은 땅은 눈에 띄지 않게됐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지난 수 년간 이 에린이라는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보았고 많은 것들을 느꼈으며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증오하는 사람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느껴지는 예리한 불안감과 편치 못한 감각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나는 바로 얼마 전에 돌연 자취를 감춰버린 또 한 명의 친구 여행자와 어떠한 연관성을 느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는 절대로 부족하지않다, 적어도 처음 이 세계를 찾았을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그럼에도 내 주변의 친우들은 하나 둘 이 세계를 떠나기 시작한다. 사랑과 정열과 모험이 함께했으며 작은 즐거움에 웃고 떠들며 소박하지만 절대로 가난하지 않았던 기억들을 내려놓고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쩌면.. 고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처음에 품었던 꿈과 이상을 모두 그 소중한 곳에 두고오는 바람에 마치 빈 껍데기를 찾아 헤메는듯 방황하는것은 아닐까..
그리고 나는 그 고향을 찾기위해 이제껏 나의 눈을 멀게하고 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모든 것들을 놓아보냈다.
부, 명예, 힘, 권력..
그 모든 것들을 손에 넣으려하던 때와 다르게 그것들을 놓아주고서, 그래 마치 처음 에린의 세계에 발을 디뎠던 수년 전처럼 길 들은 로브 한 벌과 발에 익숙한 가죽신발, 야생동물에게서 내 몸을 지켜줄 한 자루 브로드소드를 허리춤에 메고, 이 것을 사기위해 며칠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추억의 모자를 쓰고 고향을 찾는 길에 나섰다.
아름다운 물색이 인상깊은 문화와 평화의 도시 이멘마하, 활발한 분위기, 수 많은 사람들의 도시 던바튼, 신대륙을 향한 모험의 첫 발, 베이스캠프, 열기와 엘프의 사막, 눈밭과 자이언트의 설원, 신대륙의 밀림, 커다란 폭포, 와이번이 날아다니는 화산지대, 원숭이와 함께하던 온천.......
마치 나의 일생을 되돌아보듯 에린의 구석 구석을 돌아보는 여행은 나에게 잊고지냈던 모험의 즐거움을 안겨주었지만 그 어느곳도 내 마음의 고향이 될 수는 없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언제나 함께였던 갈색 애마와 함께 마지막으로 들른 마을은, 티르 코네일이었다.
초록의 대지, 아련히 들려오는 풍차와 대장간의 모루치는 소리, 아델리아 천이 흐르는 맑은 소리..
캠프 파이어를 지피고 둘러앉아 어렵게 구했던 음식을 나눠먹는 소박한 차림의 사람들.. 그리고 너무나도 그리운 에린의 주민들..
하나도 변하지 않은 그들은 상냥하고 배려깊었으며 나는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왠지 힘들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을 한바퀴를 돌며 추억에 젖은 대화를 마치자 지는 팔라라의 노을이 성당 위에 걸리기 시작했다.
주홍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초록의 언덕에서, 암탉의 뒤를 따르는 몇 마리의 샛노란 병아리들.. 순간 나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바보처럼 멍하니 그곳에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마을, 너무나도 소중한 나의 고향, 그리고 꿈과 모험이 시작된 곳..
"어서 오세요, ㅡ씨"
언제나 다름없이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그 새하얀 얼굴로 나를 기다려주는, 사제님의 미소가 결국 참고있던 눈물을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아아, 나는 대체 이제껏 무엇을 하고있었는가, 이제껏 내가 좇던 것들은 모두 무엇이었단말인가...
나는, 무엇을 눈앞에두고 고향을 찾아 헤메고 있었던것인가..
내가, 당신이,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꿈과 추억은 이제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이 힘겹게 지고가려하는 그 무거운 세상의 짐들을 조금씩 내려두고 이제 막 여행을 출발한 여행자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격려를 보내는것이 우리가 그 소중했던 추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고향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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