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은 고대 울라 대륙에서, 마을과 마을 사이의 소식을 전달해주는 것은 대부분 바드라 불리는 음유시인의 역할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여러가지 이야기나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전설, 민담을 노래로 한데 엮어 사람들에게 전파했다. 노래는 음율과 가사가 함께 엮어져서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 내용이 왜곡될 확률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족과의 사이에 벌어진 모이투라 1, 2차 전쟁을 지내면서 보다 극적인 이야깃거리를 담는 것으로 변화했다. 본디 마비노기는 전쟁에서 일어난 영웅들의 싸움을 보다 생생하고 멋있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후기에 접어들어서는 일부의 사실을 토대로 많은 부분을 창작하여 만들어지는 것도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에일리흐 왕국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개인적인 규모로 발전하던 음악은 보다 커다란 규모의 관현악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전자는 서사극, 후자는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창작극으로 분화했다.
음악의 서사적인 발전과 거대화, 복잡화에 따라서 점차적으로 음악을 다루는 사람들은 전문성을 띠기 시작했다. 누구나 쉽게 직접 손을 대서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부터, 예술성을 가진 작가들이 만든 음악을 다른 사람의 손으로 즐기는 방법이 점차 퍼져나갔다. 단조로운 단선율의 음악이 화성악으로, 화성악이 대위법을 이용한 다성악으로 발전하게 된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전문적인 음악가들의 대두로 그때까지 에린의 음악 발전을 주도했던 음유시인들은 몰락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한 그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것은 밀레시안이라고 불리는 일단의 모험가들이 생겨나면서부터였다.
밀레시안은 투아하 데 다난과는 달리 한 군데 정착하지 않고 주로 모험과 개척을 하는 것을 일상으로 삼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파르홀론족의 주된 거주지인 울라 대륙의 북부지방으로부터 나타났으며, 국가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로 일정 마을이나 도시를 근거지로 삼고 살아갔다.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서 거대한 규모의 인원과 준비를 필요로 하는 관현악은 너무 어렵고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 반면 언제 어디서건 간편하게 악기만 있으면 연주가 가능한 음유시인들의 노래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주었다.
음유시인들의 노래는 거친 생활을 반복하는 모험자들의 심신을 이완시켜주고 정서를 순화하여 치료효과를 나타냈으며,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여 음율에 마나를 실어넣음으로써 마치 마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심신을 보강하는 음악들이 만들어졌다.
(다음 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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