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된 여신의 이야기(The story of goddess turned into a stone)

    목차

    서문
    본문
    맺으며
    서문

    던전에 들어가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한번씩은 큰 날개가 달린 여성이 칼을 든 채 온화하지만 슬픈 표정으로 모험가들을 굽어보는 모양의 석상을 보았을 것입니다 . 이 석상은 전쟁에서 우리 인간을 지키고 돌이 된 여신, 모리안을 기념해서 만든 것입니다.

    오래 전 옛날, 마족 포워르는 계속해서 인간의 세계로 쳐들어와서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포워르의 침략에 신음했고, 목숨을 잃었으며, 노예로 잡혀가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 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포워르에 대항해 끈질기게 싸웠지만, 포워르의 힘과 지혜는 인간의 그것을 훨씬 능가했던 까닭에 인간은 패배를 거듭해왔습니다.

    이러한 패배가 역전된 계기는 바로 모이투라 벌판에서 벌어진 두 번의 전쟁. 인간은 이 두 번의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포워르를 에린에서 내쫓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두 번의 전쟁 중 첫 번째의 전쟁에 얽힌 아름다운 여신 모리안의 슬픈 사연을...

    본문

    모리안 여신은 에린의 세 여신 밑에서 전쟁과 복수를 담당하는 여신입니다. 전쟁과 복수를 담당하고 있다고 해서 그녀를 잔인하고 무서운 성격을 가진 여신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는 전쟁에 나가는 용사들과 모험가들에게 축복과 가호를 내리고, 그들이 입게 되는 상처와 패배에 대해 복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여신이었으니까요. 그녀는 인간에 대해 극진한 애정을 보였고, 포워르에 의해 인간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마족의 발톱으로부터 인간을 지켰답니다.

    그 일은 모이투라 벌판에서 벌어진 첫 번째 전쟁의 막바지에 일어났습니다. 모이투라 전쟁은 인간을 대표하게 된 투아하 데 다난 족이 마족 포워르에 맞서서 벌인 최초의 전쟁이지요. 당시 교활한 포워르족은 우리와 같은 인간인 피르 보르 족을 앞세우고 투아하 데 다난 족에게 무리한 싸움을 강요했습니다.

    다행히도 여신의 가호 아래 뛰어난 전사이자 위대한 왕인 누아자의 영도로 투아하 데 다난 족은 마족의 사주를 받은 피르 보르 족을 패퇴시킬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전쟁의 승리를 앞둔 마지막 싸움에서 피르 보르의 전사 스렝에 의해 우리의 왕 누아자가 팔에 심한 부상을 입었고, 사람들이 대피한 요새, 라흐로 후송되었습니다.
    라흐는 포워르와의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요새로 사용하지 않는 지금은 우리가 던전이라고 부르고 있는 공간입니다.

    비록 전세는 이미 투아하 데 다난 쪽으로 기울어 투아하 데 다난 중에서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위대한 전사의 부상으로 피난민들이 모인 라흐의 분위기는 뒤숭숭했습니다.

    비극은 바로 그 때 시작되었습니다.
    마족들은 사람들이 피난한 라흐에 투아하 데 다난의 지도자가 후송되었을 때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라흐의 내부로 만들어진 마족의 통로로부터 포워르들이 공격을 해 온 것이지요.

    주력 군사들과 지도자가 집결한 요새의 한 가운데에 마족들이 만든... 마족의 땅으로부터의 통로가 생겼고, 마족들이 꾸역꾸역 쏟아져나와 요새로 대피한 사람들을 마구 해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요새는 아비규환으로 탈바꿈했고, 이대로라면 투아하 데 다난은 주력을 잃고 전쟁에서 패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누아자 왕은 다친 몸을 이끌고 포워르에 대항하려 했지만 부상이 너무 심해 곧 다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때, 검은 깃털을 흩날리며 나타난 것은 바로 모리안 여신.
    모리안 여신은 여신의 힘을 사용해 라흐로 들어온 마족을 막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을 버는 여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요.

    하지만 마족들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전쟁의 여신이라지만 혼자서 그 많은 마족을 당해내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 여신도 점차 자신의 힘이 바닥나가는 걸 느꼈지요.

    그래서 여신은 마지막 힘을 짜내 금단의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담보로 마족들이 나오는 공간을 통째로 봉인한 것입니다. 마족은 모리안 여신의 힘을 통해 만들어진 봉인 속에 갇혀서 영원히 그곳을 맴돌게 되었고, 몇몇 남은 마족의 잔당들은 용감한 인간의 전사들에 의해 쓰러졌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잊고 있었습니다.
    여신이 사용한 금단의 마법은 어마어마한 희생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여신은 고통 속에서 돌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돌이 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도 여신은 인간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지요.

    후에 인간은 마족과의 전쟁에서 이긴 기념으로 그녀의 상을 던전 여러 곳에 세우고 그녀의 희생을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던전에 세워진 여신상은 바로 그 때의 여신의 모습인 것이지요.

    에린에서 육체를 잃은 그녀의 영혼은 신들의 땅인 티르 나 노이로 가버렸고, 지금은 그곳에서 티르 나 노이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맺으며

    그렇게 모리안 여신은 투아하 데 다난으로 대표되는 인간이 에린에 삶의 터전을 가꿀 수 있도록 하고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여신의 모습을 던전에서만 찾아볼 수 있지요. 그런데... 그 뒤로 이상한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모리안 여신의 제단 앞에 제물을 바치면 던전의 한 부분으로 사람들을 이동시켜주는 일이 생긴 것이지요.

    그 일로 여신은 비록 석상이 되었지만, 에린을 떠나 티르 나 노이로 가서도 인간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생겨났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인간의 보호자이자

    전사들의 수호자라는 이름으로 섬기고 있는 것입니다.

    여신은 우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