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 와 그 때를 떠올려보자면,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 중 하나는 굉장히 무더웠다는 것이다. 한낮의 팔라라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이 떠서 타오르는 것 같고, 밤이라고 해도 이웨카마저 그 열기를 다 식히지 못했다. 게다가 타다 만 재를 머금고 밤낮없이 달려드는 뜨겁고 매서운 바람은 눈조차 뜨기 힘들지경이었다. 발 밑은 달궈진 찜통 바닥처럼 느껴져 마치 머리 위쪽부터 '자이언트찜'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눈과 얼음 속에서 나고 자란 나는 체질적으로 추위엔 끄떡없고 더위엔 젬병인지라, 그런 내가 자르딘의 화산 지역을 돌아다녔다는 것은 그 자체로 거의 모험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아, 다시 생각해봐도 끔찍한 것이 정말로 쪄 죽지 않은 게 신기한 나날이었다. 그나마 몸집이 커다래서 잘 쪄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지옥을 회상하다보니 쓸데없이 길어진 서두에 양해를 구한다. 우선 내가 그러한 지역에 감히 발을 들여보기로 마음먹은 동기는, 말그대로 도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 나는 내 체질을 극복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 나는 더위를 참지 못해 모닥불이나 심지어 궁수들의 불화살, 법사들의 파이어볼트조차 꺼리는 나 자신에게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사실 대놓고 불바다 천지인 자르딘보다야 콘누스 지역 쪽이 더 쉬운 타겟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자이언트인 내가 사막을 누비는 일부 국수주의 엘프 족속들의 화살 세례를 받으면서까지 굳이 그쪽을 택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어쨌거나, 그리하여 시작된 나의 첫 발걸음이 닿은 곳은 유황 지대였다. 처음으로 해 본 화석을 캐는 작업은, 보수는 꽤 좋아보였지만 그만큼 체력과 끈기를 요하는 일이었다. 땡볕 아래 잿바람을 맞아가며 오랫동안 하기에는 힘겨운 일이었기에 금방 그만두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이 말을 했다가 덩치 값 못한다며 타박을 받았는데, 이건 좀 억울하다. 더위에 약하고 손재주 없는 자이언트가 그 일에 흥미를 가지기에는 단언컨대 무리였다.
한편, 그렇게 유황 지대를 지나다보면 요새 각광받고 있는 자르딘의 온천들을 즐길 수 있다. 천연 온천수에서 검댕 투성이가 된 몸을 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지덕지인가? 그러므로 함께 온천욕을 즐기다 가끔씩 실례를 하곤 하는 원숭이들의 사소한 민폐 쯤은 감수하도록 하자.
그런 다음 드디어 유황 지대를 벗어나게 되는데, 그 후에는 땅에서 열기가 올라와 아지랑이가 아른거릴 정도의- 온통 검고 붉은 세계가 펼쳐진다. 보이는 풍경은 오직 크고작은 용암 줄기를 핏줄처럼 휘감은 검게 탄 대지와 바위들 뿐. 항상 쌀쌀하고 흰 눈에 둘러싸인 세계에 익숙한 나에게 그 광경은 신선하다면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만, 동식물의 생태에 대해서는 일단 주의하기를 권한다. 먼저 하늘에는 와이번이라는 강한 몬스터가 넓은 분포로 자리잡고 있으니, 비행하여 이 지대를 지날 경우 사전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 땅에는 독기를 내뿜는 거대한 유황 골렘이 감쪽같이 잠들어있고, 식물이나 곤충들 역시 무시할 수준이 못 된다. 특히 페라 화산 지대부터는 제법 위험한 몬스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인만큼 대체로 강력한 생태계가 이루어져있는 지역이므로, 나들이 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여정에 나섰다간 웬만해서는 후회하기 십상일 것이다. 특히나 활화산 지역에서 드래곤과 조우하기를 꿈꾸는 용감한 모험가라면 고된 전투에 대한 만반의 준비는 당연히 필수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러저러해도 역시 자르딘은 매력적인 탐험지라는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자기극복을 위한 것이든, 아니면 새로운 세상에의 여행을 떠나고픈 것이든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자르딘의 활화산 지대 탐험은 진정한 모험을 즐길 줄 아는 자라면 누구에게든지 분명 시도의 가치가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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