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미스터리(The Mystery of Shadow)

    울라에 살고 있는 친구, 안녕한가? 집안이 유복해서 돈이 남아 돌아서인지, 돈 씀씀이에 연연하지 않는 좋은 친구를 두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일주일 내내 새벽 추위에 떨며 얻은 아르바이트 자리 보수로 뭘 살까~하고 들 뜬 기분으로 택도 없는 과소비를 해 본 사람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책을 사 준 것은 일단 고마운 일이니 감사하다는 인사는 해야겠지? 그런 의미에서 다음 시리즈도 꼭 잊지 말고 부탁해.

    내 이름은 로클린, 바다 사나이이자 음유 시인! 잘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야. 한 치 앞도 예상 할 수 없는 에린에서의 험한 삶을 살다 보면 분명히 어딘가 쓸 데가 있을테니까. (거기 턱괴고 건성건성 읽는 친구, 그럴 일 없을 거 같지? 처음엔 다 그렇지)

    뭐, 하여튼. 좀 이쁜 애가 뭐라뭐라 말 하는 데에 넋이 나가 있는 새 뭣땜에 데려가겠다는 지도 못 듣고 에린에 대충 내던져진 당신, 어떻게 살고 있어? 아마 이 책을 읽는 여러분 중 태반은 제때 밥도 못 먹고 가게 앞에서 노숙하면서 비정규직 인력 시장에 던져진 채로 내일 일자리도 불확실한 아르바이트 자리에 목 매달며 울라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원망만 하고 있겠지? 그게 사실 다 D모 촌장이 음지에서 진행중인 극비 젊은 노동력 수급 플랜이라든가 가격 담합 등 다른 비리가 관련되어 벌어진 일인데... 이거에 대해서는 내가 집필중인 다른 책에서 밝힐 기회가 있을 거 같고... (로클린 슬로우 라이프 시리즈 - 동전의 양면 '나오와 던컨', 근간예정)

    어쨌든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니잖아? 얼마든지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목장의 양털처럼 공짜로 널려있다구. 집기만 하면 돼! 슬로우 라이프가 유행, 대~~유행 아니겠어? (싫음 말든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내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을 얘기해주지. 울라의 이곳저곳 안 다닌 곳 없는 내가 하는 말이니까 잘 들어두라구.

    ......네 그림자는 사실 몬스터야.

    안 믿어지지? 당연히 그렇지! 자세한 건 나도 어려워서 잘 모르지만, 양식을 가진 사람이거나 근대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태양빛과 달빛이 만들어내는 조화라고 알고 있을테니 내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할텐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니까. 이게, 이게 내가 어느 날 밤 자다가 생각해 낸 건데, 그림자는 말이지 빛을 싫어하는 동물이 땅 표면에 바싹 붙어서 사람한테 기생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실내 같이 빛이 적은 데에서는 지 맘대로 여기저기 불쑥불쑥 나오다가 나갈라 그려면 다시 발 밑에 와서 붙고 그러는 거지. 그거 본적있지? 아르바이트 받으러 갔더니 천정에서 내 그림자가 놀고 있는 거. 다리 밑이나 절벽 같은 데 붙기도 하는 걸 보면 빛을 엄청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축축한 데나 돌 같은 거에 배 대고 있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어. 근데 몬스터인데 왜 형체도 애매하고 잡히지도 않는지까진 아직 잘 모르겠고...

    ...근데 이거 나도 아직 긴가 민가하는 거라 자신은 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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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라, 아님 말구. 밤에 생각났을 땐 그럴 듯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