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대한 백수의 추억(Prodigal Memory for the ragged wear)

    이어지는 아르바이트, 거듭되는 사냥... 열심히 일한 나는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비싸고 멋진 리얼블랙 칼라의 옷을 사게 되었어. 에린의 모든 이들은 나를 부러워했고, 내가 광장에 캠프파이어를 하고 앉아 있으면 나의 멋진 옷을 구경하기 위해 여기 저기서 모여 들었다구. 나는 이런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것이 즐거워서 아르바이트, 사냥 같은 건 일단 미뤄 두고, 매일 광장에 앉아서 나의 옷을 뽐내고 초보 여행자들에게 조언도 하고, 그리고 나와 같은 멋진 옷을 입은 사람들과 잡담을 하며 지냈지. 새로운 나의 생활이 시작된 것이야.

    그러던 어느 날...

    -오옷!! 이거 왜 이러지!? 왜 내 옷에 실밥이 튀어 나왔을까?

    삐져나온 실밥을 정리하고 또 노닥거리며 며칠을 지내고 난 어느 날 아침이었어.

    -아악!! 이건 또 뭐야!!

    이번에는 바지 가랑이 부분에 구멍이 나있는 거야. 여관에 있는 노라양에게 바지에 구멍을 바느질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옷이 워낙에 비싸서 백수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나로서는 옷을 수선할 돈이 없었어.

    -괜찮아, 바지 가랑이만 안보이면 되지 뭐!

    나는 자세를 교정한 뒤, 또 다시 패션과 풍류와 낭만을 이야기하는 멋드러진 생활을 했어. 그런데... 1주일이 지난 어느날, 드디어 일이 벌어지고 말았어!

    멋드러진 내 옷에 색이 바래서 무슨 색 인지도 모르게 되었고, 바지가랭이는 물론, 엉덩이, 옆구리 부분에도 구멍이나고 단추도 떨어지고, 지퍼도 모두 망가져 버린 거야!! 나는 재빨리 초보 여행자옷으로 갈아입고서 노라양에게 뛰어가서 사정하며 제발 고쳐달라고 했지만, 옷의 수선비가 너무 비싸서 결국 고치지 못했어. 그래서 그 옷은? 집안에 고이 모셔두었지.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사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 다 옷의 수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지. 옷을 수선하고 나면 앞으로는 정신차리고 살 거야. 물론 다시 옷이 망가졌을 때 바로 고칠 수 있는 돈을 마련할 때까지만. 으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