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는 원래 부끄러움이 많은 광물이다.
땅 바깥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적다.
바위 사이로 숨고, 돌 속으로 숨고,
모든 살아있는 것으로부터 숨는다.
그런 쇠를 사람이 그냥 두지 않는다.
곡괭이로 쇠가 숨은 바위를 끄집어 낸다.
목탄을 땐 불로 쇠의 잠을 깨우고,
풀무바람을 불어넣어 쇠를 불러낸다.
열기에 붉게 변해 흐르는 쇠를
틀에 가두어 덩어리로 만들고
다시 땅 밑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끈으로 묶어 쌓는다.
그러나 이것은 쇠의 안식이 아니다.
어느날 화로 속으로 던져넣어진 쇠는
불꽃의 아우성과 함께 시뻘겋게 달구어진다.
다시 수천번, 수만번 인간의 망치를 맞고
칼의 모양으로, 철퇴의 모습으로,
창의 모습으로 바뀌어
바위 속에 잠자던
자신의 원래 모습조차 잊는다.
그렇게 쇠의 내면엔
묵묵한 인내 끝에 어린 고통이
응어리가 되어 맺힌다.
이제 고통으로 자신의 몸을 빛내는 쇠는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을 베고 찌르는 걸로
자신의 슬픔을 갚는다.
하지만 쇠의 억눌렸던 고통이 향하는 곳은
정작 자신의 고통과는
상관이 없는 자들이라는 데에서,
그들을 잡고 휘두르는
인간의 의지에 비롯된다는 점에서
모든 비극이 시작된다.
...
오늘도 인간은
자신의 고통과 원한을 쇠에 깃들게 하고,
그것을 휘둘러
같은 인간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그렇게 쓰이다 부러질 때까지도
쇠의 안식은 찾아오지 않는다.
쇠의 안식은
제 몸에 녹이 나
삭아 부스러질 때가 되어서야
초라한 죽음처럼 깃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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