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Goodbye)

    너는 나에게 별을 닮았다고 했다.
    그것은 어둡고 고요한 밤하늘을 보며 나지막이 읊조린 말이었기에, 나는 너의 그 말이 밤기운에 취해 내뱉은 무의미한 말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너는 곧 나를 보았고, 달빛과 같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시 한 번 말했었다.

    "너는 별을 닮았어."

    사실 그리 달갑게 들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항상 네가 불평하던 대로 고지식한 남자였고, 나의 고지식에 의하면 달빛은 여성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너의 말에 반박하였다.

    "별을 닮은 것은 내가 아니라 너지. 그리고 나는 별을 닮지 않았어."
    "아니야. 너는 별을 닮았어. 너의 금발은 별빛을 닮았고, 고요히 숨죽이며 가만히 있는 것도 별을 닮았어. 조금이라도 무어라하면 토라져 버리는 것도 별을 닮았지."

    그러고는 너는 쿡쿡 웃으며 몸을 돌려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너는 별을 바라보았지만 나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밤바람에 너의 드레스가 흔들거린다.
    가까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낙엽이 흩날리는 소리가 섞여와, 너의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나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오랫동안 자르지 않은 긴 금발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게 느껴졌다.

    "게네브. 우리는 어째서 이곳에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이곳으로 걸어왔기 때문이지."
    "어째서? 왜 그랬을까?"
    "글쎄."

    나는 시원스러운 대답은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잠시 적막한 고요가 흘렀다.
    어색한 공기도 흘러 나는 고개를 숙이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서며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게네브. 인간은 별에 끌리게 되어 있어. 그렇기에 우리는 이곳으로 걸어왔다고 생각해."
    "이유라도 있는 걸까?"
    "별에 끌리는 것은 우리가 별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기억해? 우리가 처음 이 땅으로 왔을 때를."
    "...기억나지 않아."

    그러자 피엘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등을 돌리고 있어 보질 못했으나, 분명히 그녀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등이 그렇게 말했으니, 틀림없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곳에서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라는 거야. 게네브.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곳에서 왔으니까. 저 머나먼 별에서."
    "피엘......"
    "언젠가 나는 그곳으로 돌아갈 거야. 우리가 있었던 곳. 그리고 진짜로 있어야할 그 장소로."

    피엘은 억양 없이 고요하게 말하였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마을로 내려왔었다.
    그날 밤 피엘은 무척이나 가라앉은 표정이었으나, 다음날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활발한 미소를 지으며 발랄하게 웃었다.
    그 때문에 안일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1년 뒤. 그녀는 사라졌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이질적인 일이었지만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그녀는 사라져 버렸다.
    식탁 위에 따뜻한 커피 한잔과 작은 편지 한 장만을 남겨놓고 말이다.
    낙엽처럼 메마른 그 편지를 들어 올리자 바스락 하며 종이가 울었다.

    안녕. 이라고 그 편지에는 너무나 짧은 단어만이 적혀 있었다.
    남은 여백이 쓸쓸하게 여겨질 만큼 짧은 작별인사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질 못했다.
    다만 그날의 기억만이 떠올라 그녀가 어디로 가버렸는지 짐작만 할 뿐이었다.

    "안녕."

    소리 내어 편지를 읽어본다.
    그것은 그녀가 나에게 한 말이면서도, 내가 그녀에게 할 말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편지를 읽어봤다.
    안녕. 그리고 다시 읽는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