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음악의 역사 (2)(The History of Erinn Music (2))

    악보의 등장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면에서 현저한 음악의 발달을 가져왔다.

    첫째, 그동안 사용되었던 5음계가 현재 사용되는 7음계로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악보의 표기를 두고 많은 안이 나왔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존심만큼의 표기안을 주장했지만, 결국 더 표현의 자유도가 높은 박자와 음의 표기법으로 수렴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7음계의 악보이다.

    둘째, 7음계와 악보의 도입을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악기들이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인간의 표현적인 창의성 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창의성에도 영향을 준 악기의 다양한 생산은 이후 합주라고 하는 형태의 새로운 음악을 낳았는데,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악기가 어울리며 듣기 좋은 또 다른 소리가 이루어진다는 점은 음악의 서사적인 성격보다 음악의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면이 더욱 강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현상은 그 시발점이 음악이 서사적인 성격을 띄면서부터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어떤 의미에서는 아이러니라 하겠다.

    세째, 악기를 다루는 법과 악보를 읽는 법이 따로 교육되면서 기존의 몇몇 음악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음악을 배우고 싶어하는 평범한 일반인들도 약간의 노력만으로 어느 정도 자신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음악을 즐기고 연주하는 이들의 저변을 넓히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는 곧 음악 관련 산업 - 악기의 제조나 음악의 학문적인 체계 구축 등 - 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러한 음악의 발달 과정은 투아하 데 다난이 울라 대륙에 나타나면서 급속화되었는데, 투아하 데 다난은 현재까지도 음악을 통한 많은 빛나는 문화유산을 후대에 전해주고 있다. 혹자는 이 시기 음악의 내용에서 인간의 개인적인 정서나 감정이 배제되고, 전쟁의 도구로서 음악의 기능이 강조되어 취주악 위주의 음악이 발달해 음악 자체의 발달이 이루어진 시기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순수한 소리의 차원에서 음악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질 경우 이러한 견해는 의미가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 중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인간의 마족간의 길고도 격렬했던 두 차례의 전쟁인 모이투라 1, 2차 전쟁의 기록이 노래와 음악의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개의 전쟁을 다루는 음악의 공통적인 특징은 절대적인 악과 위협에 대한 공포, 그리고 이 공포에 대항하는 이들의 용기, 이들을 가호하는 신의 축복, 그리고 마족과 인간의 장엄한 대결, 그에 따르는 영광된 승리로 구성되어 있거나, 혹은 이같은 내용을 한 가지 형식에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노래는 역시 서사적인 서술과 함께 바드라고 불리는 음유시인들에 의해 널리 전파되었는데, 사람들은 용사들의 무훈과 영웅들의 싸움을 그리고 있는 이 노래를 가리켜 마비노기라고 부른다. 후에 이러한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에게까지도 이러한 마비노기라는 이름은 확장되어 쓰이게 되었는데, 이는 오히려 많은 이들이 마비노기를 친숙한 개념으로 받아들이지만 정작 설명을 할 때는 애를 먹이는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마비노기. 그것은 에린 음악의 역사를 상당 부분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