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를 작곡하다(Draw a comma)

    - 쉼표를 작곡하다 -
    Draw a comma

    오드란 지음

    서문

    한 평생 작곡가의 길을 걸어온 나에게 있어 깃털펜이란 나의 악기이며 목소리이며 신체의 일부분과 같다. 어쩌면 타라 왕성 유학 시절 다쳤던 다리보다도 펜 끝에서 전해지는 촉감이 더욱 생동스러울 정도다. 이리 친숙한 깃털펜이지만 악보가 아닌 책을 쓰려니 깃털펜이 이렇게 낯설 수가 없다.

    그럼에도 또 다시 책을 펴내는 이유는 '작곡의 길'이 출간된 이후 많은 작곡가 지망생들이 집을 찾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작곡보다도 젊은 음악가들과 대화를 나눈 시간이 더 많았는데, 이 자리에서 고백하건데 그 시간들이 정말 유쾌했다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마냥 유쾌할 수만은 없는 것이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음악의 길 위에서 힘들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곡가 지망생의 짐을 덜어줄 취지로 썼던 지난 나의 책이 오히려 더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운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지난 책이 음악의 길을 재촉하는 행진곡이었다면, 이 책은 음악의 길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간주곡이길 기원한다.

    • 채우려 애쓰지 마라.

    좋은 곡을 작곡하려고 집착을 하다보면 더 많은 소리를 들려 주고자 쉴 새 없이 연주되는 빽빽한 악보를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작곡가 지망생들이여 부디 멈추길 바란다! 그런 곡은 듣는 사람이 옆에 앉을 자리가 없는 외로운 노래가 되고 만다.

    여러분이 작곡 스킬을 높이는 이유는 더 많은 소리를 넣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여백을 주기 위함임을 잊지 말자.

    • 악기에 맡겨라.

    작곡가의 머리 속에는 특유의 음색을 가진 자신만의 악기가 살고 있다. 그 머리 속 악기로 연주하고 손에 쥔 깃털펜으로 노래를 악보에 옮긴다. 그러면 일주일짜리 두통과 함께 한 장의 악보가 남는다.

    자 이제 악보를 진짜 악기로 연주해 보자. 머리 속 연주와는 생판 다른 연주가 흐를 것이다. 일주일짜리 두통이 한달짜리가 돼 버렸다.

    머리 아프게 머리로 연주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머리 속 소리와 악기의 소리는 분명 다르다. 굳이 완성하지 않아도 좋다. 미완성 악보라도 악기로 틈틈히 연주해보면서 작곡을 해보자. 몇 장의 실패한 악보가 남겠지만 여러분은 더 훌륭한 음색의 연주를 얻게 될 것이다.

    이제 연주는 악기에 맡기고 머리에 쉼표를 주자.

    • 함께 노래하려 작곡하라.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죽어서도 에린의 역사에 남은 위대한 노래를 남기고 싶을 것이다. 나 또한 꿈을 위해 그 먼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이다.

    나도 살아 있고 여러분도 살아 있다. 죽어서는 당신만의 노래만 이어질 뿐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시간은 살아 있을 때 뿐이다.

    죽기 전까지 함께 노래하기 위해 작곡을 해라. 캠프파이어 앞에 모여든 당신의 동료와 함께, 당신의 머리 위에 앉은 방울새와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작곡을 하기 바란다.

    맺으며

    이 책은 나의 집을 찾아 주었던 작곡가 지망생들과 앞으로 나의 집을 찾아줄 음유시인들에게 바친다.

    살아 있는 한 방문을 사양하지 않겠으니 따뜻한 허브차와 편안한 음악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찾아 주길 바란다.